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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한미 FTA협상과 일본의 대미FTA 대처
제목 [경제]한미 FTA협상과 일본의 대미FTA 대처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06-05-15 1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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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대미 FTA에 안 나서는 까닭
[한미동맹 이제 득실 따지자 ⑫]기고 - 임원혁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
텍스트만보기   오마이뉴스(news)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일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 개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2006년 2월 2일 워싱턴에서 한미 FTA 협상의 공식 개시를 선언한 양국 협상대표의 긍정적인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그 소식을 받아들였다. 참여정부가 출범 이후 표방한 정책기조를 감안할 때 한미 FTA는 한 편의 '반전드라마'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FTA 협상 개시 소식은 여러 절차적·실질적 문제를 제기하게 했다.

절차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후 '사회적 대타협'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사회적 대화와 대외개방을 조화시키는 경제정책을 모색해 왔다. 과거 정부와는 달리, 네덜란드처럼 사회통합을 유지하면서도 세계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럽의 강소국 모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통상정책 부문에서는 도하개발라운드(DDR) 다자협상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두 개의 보완적인 성격을 가진 FTA 협상을 벌였다. 첫째는, FTA 협상과 이행에 대한 경험이 많으면서도 농산물 수출 비중이 낮은 중소규모 국가를 대상으로 한 '탐색적' FTA로서, 칠레·싱가포르·EFTA(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와 체결한 FTA를 예로 들 수 있다. 둘째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비전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전략적' FTA로서, 일본·중국·미국 등이 협상상대로 고려되었다.

참여정부는 이중 특히 한일 FTA에 초점을 맞췄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일 FTA가 중장기적으로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되는 협정이라고 보았고, 이 협정이 한국의 제조업이나 일본의 수산업에 미치는 충격은 양국의 구조조정 지원정책을 통해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한중 FTA는 한국의 제조업에는 큰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농업부문에는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았다. 한미 FTA의 경우 제조업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은 물론 서비스업에도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장기과제로 간주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을 놓고 볼 때 많은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기과제로 간주되었던 한미 FTA가 갑자기 전면에 부상하고 '사회적 대타협' 대신 '좌파 신자유주의'가 정부의 정책기조로 제시된 경위는 무엇인가? 사회통합 및 대외개방과 관련하여 네덜란드 모델을 본받을만한 사례로 손꼽던 정부가 놀랍게도 멕시코를 우수사례로 거론하려면 상당한 사전정지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봐도 한미 FTA 추진과정에 대한 의문점은 한둘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한미 FTA처럼 논란이 예상되는 협정을 임기 마지막 해에 국회에서 비준되도록 한다는 것이 현실적인가? 시장개방과 자유화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임기 초인 2003년이나 여당이 국회 과반수를 확보한 2004년에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또, 전술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농업 및 서비스업 부문을 단번에 개방하겠다고 덤비지 말고, 보완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농민부터 영화배우까지 연대하여 FTA에 반대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물론 한미 FTA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반미주의자'로 몰아 이들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한미 FTA에 대한 일반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논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한미 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모범 답안'을 제시하기 전에 연구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일부 정치인의 경우 외압을 통해 개혁반대세력의 저항을 극복한다는 '차도살인'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이 협상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려 하지 않고 단순히 칼만 빌려 주려고 할까? 질문을 하면 할수록 묻는 사람만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절차적·전술적 차원의 문제이다. 실질적·전략적 차원의 문제는 그 파장이 훨씬 더 크다. 많은 사람들은 FTA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히 한미 FTA가 한미간의 교역을 증진시키고 한미관계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FTA의 실체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FTA는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비차별원칙에서 벗어나 협정상대에게 특혜적인 거래조건을 부여하는 협정이다. 무역경제학의 대가인 바그와티 교수가 자유무역협정을 뜻하는 FTA(Free Trade Agreement) 대신 PTA(Preferential Trade Agreement), 즉 특혜무역협정으로 부르는 것이 FTA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규정한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FTA는 다른 교역상대에 비해 협정상대의 재화에 대한 관세를 특혜적으로 감축하는 한편, 협정상대와의 '심층통합'을 목표로 서비스·투자·지적재산권·정부조달·경쟁을 규율하는 제도를 조율한다.

네덜란드 모델 거론하다가 갑자기 멕시코 모델로?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제1차 범국민대회'가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1만여명의 농민, 노동자, 영화인,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27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횃불과 각종 상징물을 들고 종각네거리까지 행진을 벌인 뒤 자진해산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에 비해 평균 관세율이 낮고 각종 규제제도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미국은 버거운 협상상대임에 틀림없다. FTA 협상과정에서 관세감축 및 제도조율과 관련하여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훨씬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될지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우리나라보다 통상협상 경험이 많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 함부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자존심'이나 '자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여정부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FTA가 한국에 가져올 경제적 편익을 거론하며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미 FTA의 경제적 편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여 수출을 증가시키고 둘째는 한국경제, 특히 서비스업 부문의 효율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키고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미국기업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교육·의료·금융·물류·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의 경제적 편익은 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이 미국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통해 큰 이익을 얻으려면, 미국이 FTA 협정상대와 그렇지 않은 교역상대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간의 차이가 커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출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훨씬 크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이후 중장기적으로 대미수출은 71억 달러(15.1%) 증가하는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22억 달러(39.4%)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에도 섬유·의류·해상운송·사탕수수·설탕·우유·낙농제품 등 평균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취약산업부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이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취약산업부문에서 큰 수출증가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에서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산업분야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이와 같은 분야의 이익단체들은 FTA로 발생할 손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지 않는 한 자유화에 반대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해상운송 부문은 미국 해운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미국과 FTA 협상을 벌이면서 자국의 비교우위가 있는 우유·낙농제품을 자유화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한마디로 '일 없다'는 미국의 태도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미국은 섬유·의류부문에서 원료의 원산지에 따라 최종품의 원산지를 규정하는 '얀 포워드 (yarn forward)' 원칙처럼 제한적인 원산지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대미수출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다. 셋째, 사탕수수·설탕·우유·낙농제품 등 미국의 일부 취약산업부문에 대해서는 어차피 우리나라의 비교우위가 없기 때문에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

한미 FTA를 통한 전반적인 경제효율 개선효과는 그 액수가 수출증가 효과보다는 크겠지만, 이 또한 그 효과를 과장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모형에 사용된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FTA가 한국의 실질 GDP를 중장기적으로 0.42~1.99%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2001년 발간된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대편익을 GDP의 0.7%로 추정한 바 있다. 추정에 사용된 일반균형연산(CGE) 모형이 한미 FTA 체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비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GDP의 1% 내외에 불과한 기대편익은 실망스러운 숫자이다.

미 취약 분야는 이익집단의 힘이 강해

▲ 한미 FTA 체결 때 미국이 얻게될 다양한 편익 등을 홍보하고 있는 USTR 문서.
ⓒ USTR 홈페이지
한미 FTA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키고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미국기업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발상 역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이 FTA를 통해 관철하려는 규범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지적재산권 등 여러 분야에서는 다자기구를 통해 국제규범이 정립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이를 준수하고 있는데, 국제규범보다 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설계된 규범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교육·의료 등 일부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가 과연 시장개방이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

교육 분야의 경우 과거의 '시험지옥'과 학연주의에 따른 폐해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준화 정책이 도입되긴 했지만, 같은 학교 내에서 학업성취도에 따라 교반을 편성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의 경우에도 시장개방이 핵심정책과제라고 보기는 힘들고, 더 나아가 보편적 의료보험체계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미국과 FTA 협상을 통해 제도적 조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만약 교육·의료 분야에서 고가의 서비스를 미국까지 찾아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는 경제특구 등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허용하면 될 일이다. 제한된 수혜계층을 위해 교육·의료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장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는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미 FTA가 과연 바람직한 정책수단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싶다면 최상의 정책수단은 다자협정인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미 FTA를 활용할 경우 두 가지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첫째, 미국기업 이외의 외국기업을 차별하게 된다. 즉, 한미 FTA를 통해 미국기업에게 특혜적 시장접근을 허용하게 됨에 따라 미국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은 소중한 경영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쟁에서 불리하게 된다. 둘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기업의 투자를 필요 이상으로 보호해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NAFTA 1110조는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직간접적으로 '재산몰수(expropriation)'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가 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재산몰수'란 투자자의 재산을 물리적으로 빼앗아가는 행위뿐 아니라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또, NAFTA는 이와 같은 '재산몰수'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특별재판소에서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도한 투자보호조항은 다국적기업으로 하여금 투자유치국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환경·보건정책 등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 즉, 환경·보건정책 등이 강화되어 투자자산의 가치가 감소했다고 판단할 경우 다국적기업은 이를 '재산몰수'로 간주하여 투자유치국의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기업이 멕시코나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여러 건이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투자보호조항으로 인해 공공정책이 '완전마비'된다는 것은 과장이지만, 한미 FTA 대신 GATS를 활용하면 직면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와 관련해서는 NAFTA와 유사한 투자보호조항을 포함시키려 한 다자간투자협정(MAI)이 '주권 손실'을 우려한 선진국들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한미 FTA는 유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는 WTO 다자간 협정의 틀 안에서 이미 관세화 대신 최소시장접근(MMA) 정책을 유지할 것을 결정하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 2004년 12월 타협안을 도출한 후 2005년에 국회의 비준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쌀 수입을 두 배로 늘리고 해마다 최소한 5만톤의 미국 쌀을 수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WTO 24조 규정에 따라 양국 교역의 '실질적으로 모든 부분(substantially all)'을 자유화해야 한다. 쌀 시장에 대해서는 이미 다자간 협정의 틀 안에서 한미간에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양자간 FTA 협상에서 이를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단지 '실질적으로 모든 부분'에 쌀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다는 식의 타협이 가능할 뿐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2004~2005년 많은 논쟁 끝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던 쌀 시장 개방 문제를 한미 FTA 협상으로 인해 다시 논의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처럼 한미 FTA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 볼 때 실익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1년만에 미국과 중국을 당혹하게 만든 참여정부

지정학적 효과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 지난 1년여 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한 외교정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05년 봄 참여정부가 주창한 '동북아균형자론'은 미국에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이 이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6개월 사이에 참여정부는 태도를 바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을 받아들이고 한미 FTA 협상을 공식 개시한다는 선언을 했다. 이번에는 중국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인도 등과 손을 잡고 중국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마당에 왜 갑자기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경제관계를 강화하겠다고 하는가?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물어볼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결국 참여정부는 예고되지 않은 발언과 행동으로 겨우 1년여 동안에 미국과 중국을 차례로 당혹하게 하는 '성과 아닌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은 중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새로운 정책의 효시인가, 그동안 손상된 한미 관계를 복원할 의향이 있다는 성의표시 정도인가, 아니면 또 다른 속셈이 있는가? 아무도 참여정부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전략에 대한 불확실성만 가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미 FTA의 지정학적 효과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한-미 FTA가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물론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너무 낙관적인 견해로 보인다. 오히려 한미 FTA 협상은 농업과 서비스업 등 한국의 취약산업부문이 감내해야 할 구조조정이 국내산업의 경쟁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 탓이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농업개방 등 민감한 문제를 다자간 협상의 틀 안에서 다뤄온 한 가지 이유도 이와 같은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의 경우 개방저항세력은 세계화라는 일반적인 현상에 반대하지만, 한미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의 경우에는 협상상대인 특정국가를 겨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미 FTA 협상은 옹호론자가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반미감정과 미국의 반한감정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미간에 여러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교역과 투자는 양국관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불행하고 불필요한 일이다.

한미 FTA가 이처럼 절차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면 정부는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인가?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 중 일부에서는 이미 협상을 개시했으니 '신중하고 현명하게' 협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견해를 개진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협상이 결렬될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우리 측의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고, 한미 FTA에 반대하는 단체의 시위도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우리 측의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한 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우리측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이를 관철하지 못하면 한미 FTA 협상을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하에 종료한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낫다.

이미 미국은 ①반덤핑 및 상계관세정책의 수정 ②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③미국방문 비자 면제 등 우리측이 제시한 세 가지 구체적 요구사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반덤핑 및 상계관세정책의 수정은 미국의 무역촉진권한법(TPAA)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미 의회와 노조의 반대 때문에 어렵고, 비자 면제는 무역협정인 FTA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섬유·의류나 해운부문에 대한 협상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측에서 볼 때 남은 과제는 지적재산권이나 투자보호, 쌀 시장 개방 등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부문에서 다자협정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적재산권은 다자기구를 통해 확립된 국제규범을 따르고, 투자보호조항의 경우 NAFTA의 전례를 피하는 한편, 쌀 시장 개방 등 최근 다자간 협상틀을 통해 이미 다룬 문제는 한미 FTA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 또, 의료 등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 편향적으로 제도·법규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각종 추정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원칙들이 관철된다고 해도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얻는 수출증가 효과는 한국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만약 미국이 한미 FTA가 시장개방 및 투자보호 등과 관련하여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FTA'가 되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더 이상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협상을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략적 유연성'을 '전략적 모호성'으로 얼버무려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FTA라는 칼을 휘두르면 농업·서비스업 등 모든 부문에서 경제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모색하는 실사구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업부문의 경우 국제경쟁력이 없는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을 다른 분야로 어떻게 이전시키고 예상피해에 대한 보상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교육분야에서는 평준화 원칙과 성과주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정리되어야 한다. 사실 농업 및 서비스업 부문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FTA가 성사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보다 정치적인 부담이 적으면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대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자협정의 틀 안에서 취약산업부문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경제적 실익이 좀 더 확실한 FTA를 먼저 체결하고 한미 FTA는 장기과제로 고려하자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동북아의 균형자가 아니라 협력촉진자로서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구려 역사 문제나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굴기(掘起)가 화평(和平)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중국을 무조건 봉쇄하는 포위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이라크 등 타지역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것(departing from)과 대만해협 등 동북아지역의 분쟁에 개입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작전을 수행하는 것(operating from)을 구분하여, 후자의 경우에는 한국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지나치게 일본 편향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안정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일본이 이웃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하고 미국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미·한중·한일 FTA 등 '전략적' FTA도 이처럼 포괄적인 외교전략의 틀 안에서 검토되어야 하고 협상상대 이외의 국가들이 오해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임원혁 박사는 현재 미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 연구원 및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각주를 포함한 원고의 전문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출처: 오마이뉴스 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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